캐나다의 겨울은 길고 춥고 눈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11월 중순 무렵 시작된 겨울이 4월 중순까지 이어지니까요. 한국과 비교하면 한달 먼저 겨울이 시작해서 한달 늦게 끝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캐나다는 겨울이 우기이기 때문에 눈도 자주 많이 내립니다. 그리고 너무 춥습니다. 지난 2011년 12월의 어느날에는 1미터가 넘는 눈이 내리기도 했고, 2014년에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 붙기도 했으니까요.
ⓒ SBS 뉴스
물론 10년이나 이곳에서 살았으니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캐나다의 겨울이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창밖으로는 눈깔사탕 크기의 눈발이 삼일째 퍼부어 대고 있습니다. 첫날 20cm가 내렸고, 오늘밤에는 다시 그만큼이 더 내린다고 합니다. 어떠신가요. 캐나다의 겨울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지금이 2월 중순이니까 봄이 오려면 아직도 두달은 더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2월 중순이면 살짝 봄내음을 맛볼 수도 있을테지만 여기서는 언감생심입니다. 적어도 3월 말이 되어야 바람 속에 묻어오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연한 봄이 오려면 아직 두달이나 더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면 할수록 지루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도 이미 반이나 지나갔으니까 하루 하루 지내다 보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봄이 머지 않았음을 알리는 반가운 이벤트도 시작되었으니까요.
ⓒ timhortons.com
국민 타자, 국민 배우, 국민 요정 등 이름 앞에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많은 국민들이 인정해주고 좋아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곳 캐나다에도 그런 수식어다 붙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이스하키, 메이플 잎, 비버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공식적인 것은 아닙니다만 캐네디언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락거리는 팀 홀튼(Tim Hortons) 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국민 카페가 아닐까 싶습니다.
팀 홀튼은
커피 전문점인데요, 1964년 온타리오주 해밀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프랜차이즈를 만든 사람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였던
'팀 홀튼'이었다는 겁니다. 자기의 이름을
업체명으로 사용한 것이죠. 팀 홀튼은 이후 빠르게 성장한 끝에 지금은 북미에만 4000여 개에 달하는 매장을 갖춘 대규모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팀 홀튼은
도시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없는 곳이 없습니다. 그만큼
대중친화적인 국민브랜드라고 할 수 있죠. 저렴한 가격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메뉴들,
그리고 많은 점포수로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캐네디언들이 하루 한번 이상은 꼭 들리는 곳입니다.
출근하면서 팀 홀튼에 들러 커피를 픽업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캐나다의 일상적인 풍경 중 하나입니다.
ⓒ cbm press toronto
그런데
팀 홀튼에서는 매년 2월 초
'Roll Up'을 시작합니다. 'Roll Up'은 세일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벤트인데요, 무료 커피, 도넛, TV, $100짜리 팀 홀튼 카드, 자동차 등의 경품을 내걸고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종이컵의 둘둘 말려진 'Rim'을 위로 올려 그 자리에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즉석 복권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커피를 마시고 운이
좋으면 경품도 탈 수 있으니 손님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습니다. 어차피 이벤트를 하든 안하든 캐네디언들은
팀 홀튼에서 커피를 마실 것이니까요. 결과는 어쨌거나 두가지 중의 하나입니다. 이겼거나, 졌거나. '꽝'은 'Please Play Again'이라고 쓰여 있고, 이겼으면 해당 경품의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저도 오늘
아침 커피 한잔을 구입했습니다. 결과가 어떨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지금껏 커피와 도넛 이상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큰 기대는 안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쪼는 맛(?)이 어디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이런, '꽝'이네요. ㅎㅎ) 사실 'Roll Up' 이벤트가 기다려 지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2월 중순에 이 이벤트가 시작되기 때문에 지리한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Roll Up'이 끝나면 3월이고 거기서 한달만 더 있으면 마침내 봄이니까요.
캐나다의
길고 혹독한 겨울을 나보지 않은 사람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10년을 살다보니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따뜻한 봄볕의 나른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부드럽고 달콤한 바람의 입자가 얼마나 그리운지,
파릇한 연두빛 새싹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과정이 얼마나 경이로운지를요.
팀 홀튼의 'Roll Up' 이벤트가 왜 2월
중순에 시작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길고 긴 겨울나기에 지쳐있는 캐네디언들에게 봄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한잔의 커피에 불과할 뿐이지만
'Roll Up'이벤트에는 어쩌면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팀 홀튼의 'Roll Up' 이벤트는 캐나다의 기나긴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사인과도 같습니다. 봄이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 'Roll Up' 이벤트가 마냥 반가운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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