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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의 끝자락, 세상을 꿈꾸다

사람은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부터 머리 터지는 생존 경쟁 속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지난 2007년은 정해년이었습니다. 황금돼지띠였던 그 해 태어난 신생아들이 모두 49만명이나 되었습니다. 통계청에 확인해 본 결과 2006년보다는 4만명, 2005년 보다는 6만명이나 많은 신생아들이 태어났습니다.  황금돼지가 물고오는 재물복이 과연 얼마만큼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2007년 정해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다른 해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경쟁상대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저의 첫 째 아이도 그 해에 태어났습니다



ⓒ wordpress.com 


한국 부모들의 자식사랑, 자식교육은 유별나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자식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못하는 것이 없고 안하는 것이 없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영어는 물론 각종 학원 교육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조카 녀석도 이제 겨우 8살인데 벌써 영어·수학·한자·피아노·수영 등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한참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자나깨나 공부를 해야 하고, 그것도 남들보다 월등해야 하며, 무엇을 하더라도 특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중간 정도로 해서는 어림도 없고, 상위권을 한다고 해도 별볼일 없으며 오직 1등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마치 100M 달리기를 하는 선수들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만 합니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사회, 1등이 아니면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1등이 되어야만 하는 사회가 바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입니다



ⓒ 딴지일보 


 저는 캐나다 런던이라는 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런던은 캐나다 동남부의 그리 크지 않은 조용하고 쾌적한 도시입니다. 인구는 약 40만명 정도이고 한국인은 약 5000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도시 인구수에 비해 비교적 많은 한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한때 파일넘버(이민신청자들에게 부여되는 일종의 접수넘버)만 있으면 자녀의 유학비가 무료로 지원되기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유학생과 학부모들이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런던에 정착한 한국 엄마들이 그리 크지 않은 이 도시의 교육시스템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전에 없던 학군이 생긴 것입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강남의 8학군과 같은 지역이 형성된 겁니다. 풍문으로는 선생님들에게 촌지도 주고, 고가의 선물도 한다고 합니다. 런던에 새로 형성된 8학군의 한 Public School에서는 한국 학부모로부터 고가의 명품백을 선물받은 교사가 학교 측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 학부모들이 이곳의 시스템에 나쁜 영향을 준 것입니다.  



ⓒ uhaktopic


한국의 학부모들이 온타리오주의 교육 정책을 바꾸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의 교육비는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유학생의 경우는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이민 신청을 한 후 파일넘버를 획득하고 아이들 유학기간 동안만 체류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주 정부로서는 골치거리가 생긴 셈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 정부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교육 정책이 도리어 주 재정을 악화시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버리고 만 것입니다. 결국 주 정부는 몇 년전부터 이 제도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한국 유학생들과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혹은 아주 어렸을 때 이민을 온 학생들과의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한국 유학생들은 그들만의 무리를 짓고 새로 유학온 학생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을 왕따시키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이곳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타인을 향한 헌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을 기대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덕성여대신문


요즘은 대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한계에  도전하고 부딪히며 세상과 한바탕 씨름을 해야 할 청춘들이 도서관에 박혀 취업공부에 매달려야 합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공부해서 엄청난 스펙을 쌓는다 해도 대기업에 취직하는 사람들은 채 2%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죽도록 공부해서 9급 공무원이라도 되면 성공한 인생이 되는 것인가요? 그렇게 되면 행복해 지는 걸까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순간 다른사람과 경쟁하는 순간 삶은 불행해집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교' '경쟁'의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매일 보고 듣는 신문과 방송의 사회면을 생각해 보십시오. 가정이 파괴되었고 학교는 설 자리가 없으며, 직장에서도 오직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요? 과연 이런 사회에 우리는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수원시평생학습관 홈페이지

 

건강한 나라를 꿈꿔 봅니다. 합리적이고 성숙한 사회를 갈망해 봅니다.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사랑과 돌봄 배려의 마음이 가득 넘치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런데 그 시작이 바로 나로부터야 되지 않을까요? 내가 바뀌어야 하고, 가정이 회복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건강한 세포 하나 하나가 모여 건강한 몸을 이루듯 성숙한 개인, 건강한 가정들이 바로 서게 될 때 이 사회가 더불어 함께 조화를 이루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과 염려들이 있습니다. 이제 그 눈길을 가정과 내 자신으로 돌려보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 몰라도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이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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